Sunday, January 20, 2013

깃발이 환한 풀과 나무 위에 펄럭였다.

그들이 목초지 저쪽에서 쳤는데 작았다. 나는 울타리를 따라 도로 깃발 있는 데로 갔다. 깃발이 환한 풀과 나무 위에 펄럭였다. (10:3-4)

They were hitting little, across pasture. I went back along the fence to where the flag was. It flapped on the bright grass and the trees. (3:19-21)




원근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벤지는 멀리 이동한 골퍼를 보고 '멀리에 있다'고 하지 않고 '작았다'고 말합니다. 골퍼가 '작다'는 것일 수도 있고, 스윙 동작이 작게 느껴지는 것을 '작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hit'의 목적어는 없습니다. 벤지는 골퍼의 동작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공간에 대한 벤지의 감각이 정상인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벤지 섹션에서 bright는 일관되게 형용사 '환하다'로 번역했습니다. 벤지의 어휘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다른 섹션도 마찬가지지만 벤지 섹션의 경우 어휘의 관계망 또는 결속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텍스트에 얽혀 있는 어휘의 관계망을 파악하고 그것이 다른 언어로 옮겨질 때 끊기기 않게 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텍스트에 퍼져 있는 같은 단어들도 그렇지만 다른 단어들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어떤 단어나 구절이 작의를 구성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평이한 표현과 작가, 작품 특유의 표현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계제가 될 때마다 구체적으로 다루게 될 것입니다.)

벤지가 구경하는 울타리 너머의 골프장은 원래 콤슨가가 소유했던 땅으로 Benjy's pasture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나 1928년 이 시점에는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 있습니다. 1910년 벤지의 큰 형인 퀜틴의 하버드 학자금을 대기 위해 팔았죠.

목초지보다는 초장이라는 말이 이 소설의 pasture 번역어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pasture 초장은 시편 23편을 연상시키기 때문인데, 많은 분들에게 '초장'이 생소한가 봅니다. 그래서 부득이 목초지로 바꿨습니다.

8 comments:

  1. 학교 수업에서는 '초장'('풀밭') 으로 배웠어요.

    생소로 따지면 '목초지'도 뭐 엇비슷..

    요즘 개역판 성경에서는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시 23:2)

    와 같이 '초장' 대신 '풀밭'으로도 많이 써요.

    저는 갠적으로 '초원'도 괜찮은 거 같구요.

    '목초지'는 일본 와세다대 출신 정인섭의 번역어인데

    문동판에서도 똑같이 쓰고 있어서 좀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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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장'이라고 했지만 모두들 생소하다고 하여 결국 '목초지'로 양보한 것입니다. pasture에 대한 OED의 정의는 "A piece of land covered with grass used or suitable for the grazing of animals, esp. cattle or sheep"입니다. 단순히 '풀밭'(잡초가 많이 난 땅 - 금성 국어사전 정의)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거리감이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각주에 달았지만 편집에 포함되지 못하고 해설(440쪽)에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쳐야 했습니다. pasture의 '용도'를 나타내면서 성경의 인유도 놓치지 말아야 했는데 안타깝지만 부득이 '목초지'로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방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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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난 영미인이라면 pasture라는 말만으로 성경의 시편 23편을 어렵지 않게 연상할 수 있지요. 번역어로 '초장'이라는 말을 쓰면 개역성경을 읽으신 분들께는 얼른 시편 23편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 말이 생소하게 보이도록 하자는 의도도 있었어요. 마치 시poem의 언어가 평범한 의미를 벗어나 사용될 때 독자로 하여금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하듯 말입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목초지가 흡족하지 않은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selly08 님은 영문학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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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영문학은 부전공이고 일어일문 전공이예요. ^^; 해설을 아직 못 읽어봤는데요, '초장'이나 '초원'이 좋은거 같아요. 해설 꼭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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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그러시군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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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목초지'는 정인섭이 일본어판 '소리와 분노'에 나오는 '牧草地'를 그대로 음역했을 것이다.
    정인섭은 색동회 발기인으로서 자발적으로 내선일체를 주창한 친일파 중의 친일파이다. 태평양전쟁도 자발적으로 찬양했다.
    그런 자가 조지 버나드 쇼와 포크너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는 이유로 해방 후 서울대 영문과에서 떠받들어 주더니 1968년부터 10년 간 외대 대학원장까지 지냈다. 제대로 된 비평문이나 번역서 하나 없는 자가 대한민국에서 영문학계의 시조로 불리고 있다.
    대한민국 영문학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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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ㅉㅉ 정인섭은 비평문이나 번역서나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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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부분 너무나 아쉽네요. 초장이라고 하면 안식처 같은 느낌이 더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벤지의 초장을 팔아버린 게 ㅠㅠ 더 가혹하게 느껴지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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