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18, 2013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Through the fence, between the curling flower spaces, I could see them hitting.




소설은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로 시작합니다. 소설의 첫 문장을 "울타리"라는 단어로 시작했는데, 별 생각이 없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울타리"의 상징적인 의미는 소설 전체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콤슨가의 아이들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갇혀 있는 것입니다. 첫 문장을 되풀이해서 소리  내어 읽으면 리듬이 느껴집니다. 번역은 울타리의 은유와 벤지의 제한된 공간 감각, 그리고 소리 내어 읽을 때의 단순한 시적인 리듬을 살리고자 한 것입니다. 원고는 "울타리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라고 했지만 울타리가 구불구불하다는 것 같다고 하여 결국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이라고 고쳤습니다. 

처음에 달았던 각주는 아래와 같습니다. 

벤지의 감각은 정상인과 전혀 다르다. 그에게 세상은 삼차원이 아닌 평면적 그림과 같다. 그 안의 사물은 그림의 화폭을 일부를 차지하는 어떤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의 “꽃”이 꽃으로 인식되기보다는 그 그림의 공간을 차지하는 한 평면으로 인식된다.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에서 “구불구불한” 것은 울타리를 타고 올라간 인동덩굴이며 “꽃 자리”는 그 덩굴 식물이 차지한 자리다. 뒤엉킨 줄기나 꽃 사이로, “꽃(의) 자리” 사이로 ‘울타리 너머’(“꽃 자리 사이”의 다른 자리)를 본다. 

“그리고”라는 등위 접속사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신 발달 장애가 있는 벤지의 정신연령이 3살 정도의 어린아이 정도로서, 어린아이에게 특징적인 초보적 문장 나열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찾아 헤매고(hunt)” “치고(hit)”와 같은 동사에 목적어가 없는 이유는 벤지의 눈에는 공을 치는 사람의 행동이 목적이 있는 행동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는 한참 후에야 그게 골프공이며 골프를 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벤지 섹션 전체에서 서술부는 벤지의 ‘목소리’여서 비문非文과 비정상적 표현이 많지만 대화 부분은 벤지의 귀에 들린 것이 재생되는 것이어서, 서술부와 다르다. 인용되는 대화라 하더라도 의문부호나 느낌표가 사용되지 않는다. 벤지는 들은 것을 그대로 인용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화법의 어조를 구별하지 못하며,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3 comments:

  1. 알라딘에서 넘어왔어요. 역자님 반갑습니다^^
    인동덩굴이 퀜틴이 캐디를 성적 대상으로 느낄 때(근친상간적 욕망) 포크너가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거라고 배웠는데 이게 맞나요? 또 다른 의미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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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답이 길어서 January 21, 2013 포스트로 올렸습니다. 도움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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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나만 더요. (댓글수정이 안된다는... ㅜ.ㅜ) 인동덩굴의 의미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 좀 소개해주세요. 제가 영문과 학생이라서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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